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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이야기

고양이 HCM(비대성심근병증) : Stage별 치료와 추적관리

고양이 HCM을 진료하다 보면, 같은 진단명 안에서도 환자마다 진행 양상과 위험도가 꽤 다르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심근벽 두께뿐 아니라 좌심방 변화, 이완 기능, LVOTO/SAM 여부, 혈전 위험, 호흡 양상 등을 함께 봐야 하고, 치료를 언제 시작할지 고민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ACVIM consensus와 여러 문헌을 참고하면서, 제가 실제 진료에서 HCM 환자를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치료 방향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모든 HCM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정해진 치료법이라기보다는, Stage와 phenotype에 따라 무엇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언제 치료를 시작하거나 조정할지에 대한 임상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다소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고양이 심장병을 관리하고 있는 보호자분들도 현재 아이의 상태와 치료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흐름을 따라가기 쉽게 정리해보았습니다.


HCM을 어떻게 이해할까?

HCM(Hypertrophic Cardiomyopathy)은 고양이에서 가장 흔한 심근병증입니다.

흔히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병”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심근 비대가 심장의 이완과 혈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입니다.

심근이 두꺼워지면서 좌심실의 이완이 제한되면 좌심방 압력이 상승하고, 이후 좌심방이 커지면서 울혈성 심부전(CHF)과 동맥혈전색전증(ATE)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저는 HCM을 볼 때

심근 두께 → 이완 기능 → 좌심방 크기와 기능 → 혈전 및 울혈 위험

의 흐름을 함께 봅니다.


심근이 두껍다고 모두 primary HCM은 아니다

심장초음파에서 심근벽이 두꺼워 보이더라도 바로 primary HCM으로 판단하기보다는 HCM phenotype으로 보고 secondary cause를 먼저 확인합니다.

대표적으로

전신 고혈압

갑상선 기능 항진증

hypersomatotropism(acromegaly)

aortic stenosis

탈수 또는 preload 감소

myocarditis

TMT(Transient Myocardial Thickening)

등을 감별합니다.

특히 고령 고양이에서는 혈압과 T4(갑상선호르몬)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근벽 두께는 숫자 하나로 판단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체격의 고양이에서는 대략 좌심실벽의 두께가

<5 mm : 정상 범위

5–6 mm : borderline / equivocal

≥6 mm : LV hypertrophy 의심

정도로 봅니다.

하지만 체격, hydration 상태, 심박수, 측정 위치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어 cutoff 하나만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5–6 mm 정도의 환자는 좌심방 크기, papillary muscle, SAM/LVOTO, tissue Doppler, 이전 검사와의 변화 등을 같이 확인합니다.


젊은 고양이라면 TMT도 고려한다

젊은 고양이에서 갑자기 심근이 두꺼워지고 CHF까지 발생했다면 TMT(Transient Myocardial Thickening, 일시적 심근병증)도 중요한 감별입니다.

Myocardial injury와 edema로 인해 일시적으로 심근이 두꺼워지는 것으로 생각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심근 두께가 정상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고양이 + 갑작스러운 CHF + HCM phenotype

이라면 처음부터 primary HCM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추적 심장초음파 검사를 권장합니다.


임상 증상

초기 HCM은 대부분 무증상입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활동성·식욕 감소

얕고 빠른 호흡

노력성 호흡

개구호흡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서는 기침이 심장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닙니다. 기침이 주증상이라면 feline asthma(천식)나 기관지 질환을 같이 생각합니다.

ATE가 발생하면 갑자기 후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심한 통증을 보이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청진만으로 HCM을 판단할 수 없다

정상 고양이에서도 functional murmur(심잡음)가 들릴 수 있고, 반대로 HCM이 있어도 murmur가 전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murmur 자체뿐 아니라

gallop sound

arrhythmia (부정맥)

심박수

호흡 양상

을 함께 봅니다.

특히 gallop이나 명확한 부정맥이 있다면 심근병증 가능성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평가합니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심장초음파

HCM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심장초음파입니다.

단순히 심근벽 두께뿐 아니라

IVSd / LVPWd

LA size / LA

LAFS

SAM / LVOTO

E wave

tissue Doppler

LAA velocity

SEC(smoke)

intracardiac thrombus

LV systolic function

등을 같이 봅니다.

특히 Stage와 예후 판단에서는 좌심방의 크기와 기능이 중요합니다.

좌심방이 커지고 LAFS나 LAA velocity가 감소하며 SEC가 나타난다면 혈전과 CHF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합니다.

NT-proBNP와 cardiac troponin I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심장초음파를 대신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Stage별 치료 접근

고양이 cardiomyopathy는

Stage A → B1 → B2 → C → D

로 나누어 접근합니다.

B1과 B2의 차이는 단순히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가 아니라 앞으로 CHF나 ATE가 발생할 위험이 어느 정도인가에 더 가깝습니다.


Stage A

아직 cardiomyopathy phenotype은 없지만 HCM 발생 위험이 높은 단계입니다.

HCM 호발 품종이나 가족력이 있는 고양이가 해당할 수 있으며, Maine Coon과 Ragdoll에서는 MYBPC3 mutation이 알려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약물치료보다는 정기적인 청진과 필요에 따른 심장초음파 추적이 중심입니다.


Stage B1

HCM phenotype은 있지만 아직 CHF나 ATE 위험이 낮은 단계입니다.

좌심방이 정상 또는 경미하게 증가해 있고 SEC나 뚜렷한 혈전 위험이 없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약물치료보다는 추적 관찰을 합니다.

SAM / LVOTO가 있다면

SAM이나 dynamic LVOTO가 있다고 무조건 atenolol을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LVOTO가 심하거나 빈맥이 동반되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면

Atenolol 6.25 mg/cat PO BID

정도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Diltiazem도 단순한 HCM이나 이완 장애를 이유로 루틴하게 사용하기보다는 tachyarrhythmia의 rate control 등에서 선택적으로 고려합니다.


Stage B2

B2는 아직 CHF나 ATE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 단계입니다.

특히

moderate–severe LA enlargement

LAFS 감소

LAA velocity 감소

SEC

intracardiac thrombus

등을 중요하게 봅니다.

혈전 예방

혈전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Clopidogrel 18.75 mg/cat PO SID (1/4T)

를 적극적으로 고려합니다.

다만 B2라고 모든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좌심방 크기와 기능, SEC 여부 등을 보고 결정합니다.

Clopidogrel의 쓴맛 때문에 침 흘림이나 구역이 심한 고양이는 캡슐 투약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TE를 경험했거나 혈전 위험이 매우 높은 환자에서는

Rivaroxaban 2.5 mg/cat PO SID

도 선택지입니다.

Clopidogrel과 rivaroxaban을 단독 또는 고위험 환자에서 병용하는 전략도 있으나 출혈 위험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ACE inhibitor는?

HCM에서 RAAS activation을 생각하면 ACE inhibitor가 이론적으로 매력적이지만, subclinical HCM에서 질병 진행을 확실히 늦춘다는 근거는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HCM이라는 이유만으로 B1–B2에서 루틴하게 사용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다만 proteinuria(단백뇨), CKD(만성신부전) 등 별도의 적응증이 있다면 선택적으로 고려합니다.


집에서는 SRR을 본다

B2 이후부터는 보호자에게 수면 시 호흡수(SRR)를 체크하도록 설명합니다.

30회라는 절대적인 숫자 하나보다 평소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평소 18–20회였던 고양이가 계속 28–32회 정도로 올라가거나 호흡 양상이 달라진다면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Stage C

Stage C는 현재 또는 과거에 CHF 또는 ATE가 발생한 단계입니다.

치료 후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다시 B stage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급성 CHF

호흡곤란이 있는 고양이에서는 검사보다 먼저 환자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은

산소 공급 + 스트레스 최소화 + 울혈 해소 입니다.

폐부종이라면

Furosemide 1–2 mg/kg IV

를 반복하거나 CRI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흉수가 호흡곤란의 주원인이라면 thoracocentesis를 우선합니다.

울혈이 명확한 환자에서는 불필요한 IV fluid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합니다.


안정화 이후

안정화 후에는

Furosemide 0.5–2 mg/kg PO q8–12h

범위에서 조절하며, 흔히

1–2 mg/kg PO BID

정도로 시작합니다.

이후 SRR, 신장 수치, 전해질을 보면서 울혈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유효 용량을 찾습니다.


Pimobendan

HCM에서 pimobendan은 MMVD처럼 모든 환자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약은 아닙니다.

HCM 자체가 hyperdynamic한 경우가 많고, LVOTO가 있는 환자에서는 obstruction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LVOTO가 없으면서 low-output state 또는 LV systolic dysfunction이 있거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Stage C 환자

에서 선택적으로 고려합니다.

대표적인 용량은

Pimobendan 0.625–1.25 mg/cat PO BID

정도입니다.


Stage C에서 혈전 예방

CHF가 발생했고 좌심방이 중등도 이상 확장되어 있다면

Clopidogrel 18.75 mg/cat SID

를 이용한 혈전 예방도 같이 고려합니다.

HCM에서는 CHF와 ATE 모두 좌심방 확장 및 혈액 정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위험을 항상 함께 봅니다.


Stage D

Stage D는 일반적인 Stage C 치료에도 울혈이 반복되는 refractory CHF 단계입니다.

고용량 furosemide에도 조절되지 않는다면 torsemide로 전환을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Furosemide >6 mg/kg/day

에도 CHF가 지속된다면

Torsemide 0.1–0.2 mg/kg PO SID

정도로 시작해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Spironolactone 1–2 mg/kg PO SID–BID

를 병용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약을 추가하기보다

실제 congestion 여부

폐부종인지 흉수인지

renal function

Na/K

혈압

체중 및 근육 감소

약물 순응도

를 다시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TE가 발생했다면

ATE는 HCM에서 중요한 응급상황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충분한 통증 조절이며, 동시에 anticoagulation을 시작합니다.

경구 투약이 가능해지면

Clopidogrel 75 mg/cat loading → 18.75 mg/cat SID

로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75 mg loading을 루틴하게 적용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와 병용 항응고제에 따라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clopidogrel이나 rivaroxaban을 선택할 수 있고, 매우 고위험인 경우 병용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ATE 환자에서는 CHF가 함께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합니다.


새로운 접근 – Sirolimus

최근 HCM 치료에서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는 Sirolimus(Rapamycin)입니다.

mTOR pathway를 억제하여 myocardial hypertrophy의 진행 자체를 조절하려는 접근입니다.

2025년 미국 FDA에서는 Felycin-CA1을 subclinical HCM 고양이에서 ventricular hypertrophy를 관리하기 위한 약제로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용량은 Sirolimus 0.3 mg/kg PO once weekly 입니다.

다만 Stage C나 D의 CHF 치료제가 아니라, 아직 CHF나 ATE가 발생하지 않은 subclinical HCM에서 심근 비대 진행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또한 간부전이나 당뇨가 있는 환자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며, severe LVOTO나 이미 CHF/ATE가 발생한 환자에서는 적용 대상이 다릅니다.

국내에서는 허가와 유통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 일반적인 표준 치료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HCM / RCM / DCM 감별

고양이 심근병증은 HCM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큰 틀에서 보면

HCM (비대성 심근병증) → 심근벽 비대 + 이완 장애

RCM (제한성 심근병증) → 벽 두께에 비해 심한 심방 확장

DCM (확장성 심근병증) → LV 확장 + 수축 기능 저하

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RCM에서는 심근벽 두께가 크게 증가하지 않더라도 좌심방 또는 양측 심방이 심하게 커질 수 있습니다.

DCM에서는 LV cavity가 커지고 FS와 EF가 감소합니다.

과거에는 taurine deficiency가 고양이 DCM의 중요한 원인이었기 때문에, DCM phenotype이 확인되면 식이와 plasma taurine을 확인하고 필요 시 Taurine 250 mg/cat PO BID

정도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심장초음파에서 헷갈리는 구조물

False tendon이나 papillary muscle 때문에 실제보다 심근벽이 두껍게 측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5–6 mm 정도의 borderline 환자에서는 측정 위치에 따라 진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한 view나 한 번의 수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HCM 환자를 볼 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심근벽이 몇 mm인가보다 그 변화가 실제 심장의 혈역학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입니다.

B1에서는 불필요한 선제 투약을 피하면서 추적하고,

B2에서는 좌심방의 크기와 기능, 혈전 위험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평가하며,

C 이후에는 울혈과 혈전이라는 실제 합병증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중심이 됩니다.

같은 HCM이라도 심근벽이 많이 두꺼운데 수년간 안정적으로 지내는 고양이가 있는 반면, 처음에는 비교적 경미해 보였던 환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좌심방 확장이나 CHF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HCM은 한 번의 심장초음파 결과만으로 미래를 판단하기보다, 이전 검사와 비교하면서 변화의 방향을 계속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양이 심장병은 늘 예상한 방향대로만 움직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만큼 반복적인 평가와 세심한 추적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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