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아이는 특별한 호흡기 증상이 있어서 내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잘 지내고 있었고,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 심장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가할 수 있는 심장 바이오마커인 proBNP 검사를 함께 시행했는데, 결과가 Weak Positive로 확인되었습니다.

proBNP는 고양이에게 숨어 있는 심장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살펴보는 선별검사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 검사만으로 심장병을 확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심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지 한번 자세히 확인해보자.”
는 의미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진행한 환자였습니다.
1. 먼저 혈압을 확인했습니다
심장초음파에서 심근이 두꺼워 보인다고 해서 모두 원발성 HCM인 것은 아닙니다.
고양이에서는 고혈압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심장 근육이 두꺼워질 수 있기 때문에, 심근비후가 의심되는 경우 혈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아이의 체중은 6.1kg 혈압은 120mmHg로 정상 범위에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심근 비후가 고혈압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은 낮게 판단하였습니다.
연령에 따라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다른 전신질환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2. 흉부 방사선으로 심장과 폐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다음으로 흉부 방사선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방사선 검사에서는
전체적인 심장 크기와 형태
폐혈관의 변화
폐수종 여부
흉수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강아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방사선에서는 단순히
“심장이 커 보인다”
라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척추 길이를 기준으로 심장 크기를 수치화하는 지표를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VHS(Vertebral Heart Score), ICS (Intercostal space)라는 지표를 확인합니다.
이번 아이의 VHS는 약 7.8로 정상 범위의 상한부에 가까운 정도로 측정되었고 ICS는 2정도로 정상 범주로 확인되었습니다.
방사선상 폐수종이나 흉수와 같은 심부전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고양이의 HCM은 심장 근육이 안쪽으로 두꺼워지는 형태로 진행될 수 있어, 초기에는 흉부 방사선에서 심장 크기가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사선만으로 심근병증을 배제하기는 어렵고, 실제 심근 두께와 좌심방 크기, 혈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심장초음파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3. 심장초음파를 통해 심장 근육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결국 심근의 두께와 좌심방 크기, 심장 내부의 혈류를 직접 평가하기 위해서는 심장초음파 검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심장초음파를 통해
심근의 두께
좌심방 크기
좌심방의 기능
심장의 수축 및 이완 기능
판막의 움직임
심장 내부의 혈류 속도
좌심실 유출로 폐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심장 근육이 일부 두꺼워져 있었습니다
이번 검사에서
이완기 심실중격 두께(IVSTd)는 6.6mm,
좌심실에서 가장 두꺼운 부위는 약 6.7mm로 측정되었습니다.
반면 좌심실 후벽(LVPWTd)은 4.6mm였습니다.
고양이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완기에 측정한 심근 두께가 약 6mm 이상인 경우 심근비후를 의심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번 아이는 심장 전체가 심하게 두꺼워진 상태라기보다는,
심실중격을 중심으로 경미한 심근 비후가 확인되는 상태 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대성 심근병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에서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HCM이란 어떤 질환일까요?
HCM은 고양이에서 가장 흔하게 확인되는 심근병증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하면 심장의 근육, 특히 좌심실 근육이 정상보다 두꺼워지는 질환 입니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진다고 해서 심장이 더 튼튼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심근이 두꺼워질수록 심장이 충분히 이완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고, 질환이 진행하면 심장 내부의 압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가 심해지면
좌심방 확장
폐수종 또는 흉수
혈전 형성
동맥혈전색전증
부정맥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HCM이라고 해서 모든 고양이가 빠르게 심부전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 발견된 뒤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지내는 고양이도 많기 때문에, HCM에서는 단순히 병의 유무보다 현재 어느 정도 단계에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좌심방 크기는 양호했습니다
HCM을 평가할 때 심근 두께만큼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좌심방의 크기입니다.
심근이 두꺼워지고 심장의 이완기능이 떨어지면 좌심방에 압력이 전달되고, 질환이 진행하면서 좌심방이 점점 커질 수 있습니다.
이번 아이의 좌심방 직경은 11.7mm 였으며,
좌심방과 대동맥의 크기를 비교하는 LA/Ao는 1.58로 측정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영상에서도 뚜렷한 좌심방 확장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즉, 현재는 심근의 미세한 변화는 있지만 좌심방에 심한 부담이 발생한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좌심방의 기능도 잘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좌심방은 크기뿐 아니라 얼마나 잘 수축하고 혈액을 밀어내는지도 중요합니다.
좌심방 기능이 떨어지고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면 심장 내부에서 혈액이 정체되면서 혈전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아이의 좌심방 수축 기능을 나타내는 LAFS는 36.36% 로 양호했고,
좌심방 auricle의 혈류 속도 역시 56.55cm/s 로 충분히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즉, 현재 좌심방의 크기와 기능 모두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SAM이나 유출로 폐색은 없었습니다
HCM이 있는 일부 고양이에서는 두꺼워진 심근과 이첨판의 움직임 때문에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빠져나가는 길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첨판이 심실중격 쪽으로 비정상적으로 끌려가는 현상을 SAM(Systolic Anterior Motion) 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좌심실에서 혈액이 빠져나가는 길이 좁아지는 것을 DLVOTO, 동적 좌심실 유출로 폐색 이라고 합니다.
이번 아이에서는 SAM이 관찰되지 않았고, 좌심실 유출로 폐색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첨판 역류(MR)와 삼첨판 역류(TR)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심장의 수축 기능도 충분했습니다
이번 검사에서 FS 66.04%, EF 94.94% 로 측정되었습니다.
심장의 수축 기능은 충분히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HCM에서는 심근이 두꺼워지면서 FS나 EF가 오히려 높게 측정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EF가 높다는 숫자 하나만으로 심장이 정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심근의 두께와 좌심방 크기, 이완기능, 혈류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이번 아이에서는 E velocity 71cm/s, septal E′ 6.81cm/s
등을 함께 확인하였고, 현재 심한 이완기능 장애를 시사하는 뚜렷한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HCM은 어느 단계일까요?
고양이 심근병증은 ACVIM 분류에 따라 현재 상태와 향후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Stage A 심근병증이 발생할 위험은 있지만 아직 심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없는 단계
Stage B1 심근병증은 확인되지만 증상이 없고, 좌심방 확장이 심하지 않아 심부전이나 혈전 발생 위험이 비교적 낮은 단계
Stage B2 아직 증상은 없지만 좌심방 확장이나 기능 저하가 나타나 심부전 또는 혈전 위험이 높아진 단계
Stage C 폐수종·흉수 등의 심부전이나 동맥혈전색전증이 실제로 발생한 단계
Stage D 일반적인 치료만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진행된 심부전 단계
이번 아이는
✔ proBNP Weak Positive
✔ 심근 두께 약 6.6~6.7mm
✔ 좌심방 크기 양호
✔ 좌심방 수축 기능 양호
✔ 좌심방 혈류 속도 양호
✔ SAM 없음
✔ 좌심실 유출로 폐색 없음
✔ MR·TR 없음
✔ 폐수종·흉수 없음
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최종 진단
따라서 고혈압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 탈수, 일시적 심근비후증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심근비후가 배제된다는 전제하에,
현재는 무증상 저위험 단계인 Stage B1 HCM에 가까운 상태 (HCM phenotype) 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보호자분들은 HCM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심장병인데 약을 바로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고 걱정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HCM은 현재 단계에 따라 치료가 달라집니다.
이번 아이처럼
좌심방이 커져 있지 않고
좌심방 기능이 유지되고 있으며
혈류 정체가 없고
심부전이나 혈전의 위험이 높지 않은
Stage B1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특별한 심장약을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이번 아이 역시 현재는 심장약을 시작하지 않고, 6~12개월 간격의 심장초음파 추적검사
를 통해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기로 하였습니다.
추적검사에서는
심근이 더 두꺼워지는지
좌심방이 커지기 시작하는지
좌심방 수축 기능이 떨어지는지
심장 내부의 혈류 속도가 감소하는지
SAM 또는 유출로 폐색이 새로 발생하는지
등을 비교하게 됩니다.
이번 검사를 정리하면
건강검진 중 proBNP Weak Positive 확인
↓
혈압 120mmHg로 정상
↓
흉부 방사선상 뚜렷한 심비대·폐수종 없음
↓
심장초음파에서 심근 6.6~6.7mm의 경미한 비후 확인
↓
좌심방 크기와 기능은 양호
↓
SAM·유출로 폐색·판막 역류 없음
↓
Stage B1 HCM에 가까운 초기 저위험 단계
↓
현재 약물치료보다는 정기적인 추적검사
이번 아이는 심장병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서 검사를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확인된 작은 이상 신호가 추가 검사로 이어졌고, 그 결과 아직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의 심근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 심장병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아파 보이는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변화를 발견하고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번 아이 역시 현재 심장에 큰 부담이 발생한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정기적인 심장초음파를 통해 차분히 변화를 지켜볼 예정입니다.
파랑동물병원의 심장초음파 검사
파랑동물병원에서는 영상진단을 전공한 수의사가 직접 심장초음파와 흉부 방사선 영상을 확인하고 판독합니다.
심장초음파는 단순히 심근벽이 두꺼운지만 보는 검사가 아닙니다.
판막의 형태와 움직임, 좌심방과 좌심실의 크기, 심장의 수축과 이완 기능, 혈액의 속도와 방향, 폐동맥과 우심계의 변화까지 다양한 지표를 함께 확인하고, 서로 연관지어 현재의 심장 상태를 평가합니다.
또한 파랑동물병원은 프리미엄 초음파 장비 Samsung V8 ONE을 이용하여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심장초음파는 움직이는 심장의 구조와 빠르게 변화하는 혈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는 검사인 만큼, 선명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도 중요하지만 그 영상을 어떻게 얻고, 어떻게 해석하는지 역시 중요합니다.
영상진단을 전공하며 쌓아온 경험과 고해상도 영상 장비를 바탕으로, 한 가지 수치나 한 장의 영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심장 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차분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불필요한 치료는 서두르지 않고, 필요한 치료의 시기는 놓치지 않도록.
아이의 현재 심장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검사와 관리 방향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파랑동물병원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풍영철길로 20-6 1층 102호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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