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심장병은 참 조용합니다.
고양이는 몸이 불편해도 티를 잘 내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분들은 흔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애는 평소랑 똑같은데요?”
“잘 먹고 잘 뛰어다니는데 심장이 안 좋은 건가요?”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데 심장초음파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된 고양이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평소처럼 지내는데도
심장 근육이 두꺼워져 있거나, 좌심방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 심장병에서는
“지금 괜찮아 보이는 것”과
“심장이 실제로 괜찮은 것”이
같은 의미는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은 고양이에서 가장 흔한 심근증 중 하나인
HCM(Hypertrophic cardiomyopathy, 비대성 심근증) 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고양이 HCM은 어떤 병인가요?

HCM은 쉽게 말해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입니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 심장이 충분히 부드럽게 이완되지 못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오히려 심장이 수축하는 모습이 좋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 안의 압력이 높아지고, 그 부담이 좌심방이나 폐순환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HCM은 단순히
“심장병이 있다 / 없다”
로 판단하기보다,
현재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는지,
그리고 이전보다 진행하고 있는지
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발견이 늦어질까요?
고양이는 아픈 티를 잘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심장에 변화가 있어도
밥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캣타워에도 올라가고
평소처럼 잠을 자고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양이 심근증은 증상이 생긴 뒤보다
건강검진, 마취 전 검사, 청진 중 심잡음이나 갤럽 리듬이 발견되어 검사하다가 우연히 확인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청진이 정상이라고 심장이 반드시 정상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잡음이 거의 없는데도 심근 비대가 확인되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약보다 ‘기준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처음 HCM 이야기를 들으면 보호자분들은 대부분
“그럼 바로 약을 먹어야 하나요?”
라고 물어보십니다.
하지만 모든 초기 HCM 고양이가 바로 약을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이 없고 심장의 변화가 심하지 않다면
약을 서둘러 시작하는 것보다 현재 상태를 정확히 기록해두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심장초음파에서는 단순히 심장벽 두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심근의 두께와 모양
좌심방의 크기
심장의 이완 상태
유출로 폐색 여부
승모판 움직임
심장 안의 혈류
혈전 위험을 의심할 만한 변화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이런 기록이 있어야 몇 개월 뒤 다시 검사했을 때
유지되고 있는지, 진행하고 있는지, 치료가 필요한 시점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심근증에서는 한 번의 검사도 중요하지만
비교할 수 있는 이전 검사가 훨씬 중요합니다.
고양이 심근증도 진행 단계가 있습니다
고양이 심근증은 현재 심장의 변화와 합병증 위험에 따라 크게 Stage A–D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Stage A : 아직 심장에 이상은 없지만 품종이나 가족력 등으로 심근증 위험이 높은 단계
Stage B1 : 심근증은 확인되지만 증상이 없고, 심부전이나 혈전 위험이 비교적 낮은 단계
Stage B2 : 아직 증상은 없지만 좌심방 확장 등으로 인해 심부전이나 혈전 위험이 높아진 단계
Stage C : 폐수종·흉수와 같은 울혈성 심부전(CHF) 또는 동맥혈전색전증(ATE) 이 발생한 단계
Stage D : 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심부전 조절이 어려운 진행된 단계
특히 보호자분들이 헷갈리기 쉬운 것이 B1과 B2입니다.
둘 다 겉으로는 아무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심장초음파에서 좌심방 크기와 기능, 심근 비대 정도, 혈류 정체나 혈전 위험 등을 평가했을 때 앞으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 심근증에서는 단순히 “증상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현재 어느 단계에 있고, 이전보다 단계가 진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서는 ‘자는 동안 호흡수’를 확인해주세요
고양이 심장병에서 보호자분이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수면 중 호흡수입니다.
뛰어논 직후가 아니라
완전히 편하게 잠들어 있을 때 가슴이나 배가 오르내리는 횟수를 확인해주세요.
한 번의 숫자보다 평소 우리 아이의 호흡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평소보다 호흡수가 계속 빨라지거나
배를 많이 사용해서 숨을 쉬거나
편하게 눕지 못하거나
목을 빼고 숨을 쉬거나
입을 벌리고 호흡한다면
병원에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양이의 개구호흡은 응급상황일 수 있습니다.
혈전이 첫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 심근증에서는 폐수종뿐 아니라
동맥혈전색전증(ATE) 역시 중요한 합병증입니다.
심장이 커지고 혈류가 느려지면 심장 안에 혈전이 만들어질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혈전이 뒷다리로 향하는 혈관을 막으면 갑자기
뒷(앞)다리를 못 쓰거나
심하게 아파하거나
다리가 차갑게 느껴지거나
갑자기 주저앉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응급상황입니다.
그래서 심장초음파에서는 심근의 두께뿐 아니라
좌심방의 크기와 혈전 위험도 함께 확인합니다.
증상이 생기면 치료 방향도 달라집니다
HCM이 진행하면서
호흡이 빨라지거나, 활동성이 떨어지거나, 식욕이 감소하거나,
폐수종이나 흉수가 발생한다면
그때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다만 고양이 심근증은 모든 아이가 똑같이 진행하지 않습니다.
어떤 고양이는 이완 장애가 중요하고,
어떤 고양이는 좌심방 확장이 더 중요하며,
어떤 고양이는 유출로 폐색이나 혈전 위험이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다른 고양이가 먹고 있는 약이나 인터넷에 나온 약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에게 지금 왜 이 약이 필요한가?”
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심장초음파가 중요한 이유
고양이 HCM은 증상만으로 진행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심장초음파를 통해
심장 근육의 두께
좌심방의 크기
심장의 수축과 이완
승모판의 움직임
유출로 폐색 여부
심장 안의 혈류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전 검사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같은 초기 HCM이라도 어떤 고양이는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지내지만, 어떤 고양이는 몇 달 사이에 심장 부담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 번 검사하고 끝내기보다,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상태에 맞춰 적절한 간격으로 추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고양이 심근증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언제 약을 시작할까?”
만이 아닙니다.
심장이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서는 호흡과 활동성을 살펴보고,
병원에서는 심장초음파를 통해 이전과 비교합니다.
고양이는 심장병이 있어도 오랫동안 평소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멀쩡해 보이는 시기에 현재 상태를 정확히 확인해두는 것이 이후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고양이 심장병을
겁을 먹고 보는 병이라기보다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 병
이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심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 심근증에서는 지금 당장의 증상뿐 아니라
“이 심장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랑동물병원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풍영철길로 20-6 1층 102호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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